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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원전 SMR, 왜 이렇게 비쌀까? 3가지 핵심 이유 - 처음, 안전과 규제, 규모의 경제

by Asset Tank 2025. 10. 3.

 

          

뉴스케일파워 모듈

 

   

꿈의 원전 SMR, 왜 이렇게 비쌀까? 3가지 핵심 이유

   
                 
       

서론: '작지만 비싼' SMR의 역설

       

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많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작으니까 더 저렴하겠지'라고 생각합니다. 공장에서 부품을 찍어내 레고처럼 조립한다는 '모듈형' 개념 역시 비용 절감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립니다. 하지만 뉴스케일파워의 첫 상용 프로젝트가 MWh당 89달러라는 높은 예상 발전단가 때문에 좌초된 것처럼, 현실 속 SMR의 가격표는 결코 저렴하지 않습니다. 왜 이런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의 SMR은 대량생산의 이점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 '상용화 초기 단계'에 있으며, 여기에 원자력 기술 고유의 높은 안전 및 규제 비용이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SMR이 왜 비쌀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3가지 핵심적인 이유를 깊이 있게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최초 호기 비용(FOAK): 모든 것이 처음이라 비싸다

       

SMR 비용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최초 호기 비용(FOAK: First-of-a-Kind)'입니다.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모든 SMR 프로젝트는 사실상 상업용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상용화를 시도하는 기술에는 막대한 초기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마치 애플이 첫 번째 아이폰을 개발할 때와 같습니다. 수년간의 연구개발(R&D), 완전히 새로운 설계, 터치스크린과 앱스토어 생태계 구축에 들어간 천문학적인 비용은 모두 첫 아이폰 모델의 가격에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SMR 역시 수십 년간의 연구, 새로운 안전계통 설계, 시뮬레이션, 엔지니어링에 들어간 막대한 투자 비용을 첫 번째 상용 원자로가 감당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또한, SMR 모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전용 공장이나 공급망이 아직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핵심 부품을 비싼 비용으로 소량 맞춤 제작해야 합니다. 모든 것이 처음이기에 발생하는 불확실성과 시행착오를 해결하는 비용까지 더해져 초기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원자력 프리미엄: 안전과 규제의 무게

       

SMR이 아무리 '소형'이고 '혁신'을 강조해도, 그 본질은 핵분열을 이용하는 원자력 발전소입니다. 따라서 인류가 만들어낸 기술 중 가장 엄격한 수준의 안전 기준과 규제 절차를 따라야만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는 우리가 흔히 **'원자력 프리미엄'**이라고 부르는 막대한 비용이 수반됩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SMR 건설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를 통과해야 합니다. 이 과정은 수년이 걸릴 수 있으며,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기술 문서와 안전 분석 보고서를 제출하는 데에만 수천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소요됩니다. 또한,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극한의 자연재해는 물론, 비행기 충돌과 같은 외부 충격까지 견뎌낼 수 있는 견고한 격납 건물과 다중의 안전 설비를 갖춰야 합니다. 원자로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은 일반 산업용 제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등급의 '원자력 등급(Nuclear Grade)' 자재를 사용해야 하며, 이 역시 비용 상승의 주요 요인입니다. 즉,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비용은 SMR이라고 해서 결코 줄어들 수 없는, 타협 불가능한 고정 비용인 셈입니다.

   
        
       

규모의 경제의 부재: 아직은 '맞춤 제작'의 시대

       

역설적이게도 '소형'이라는 특징이 초기 비용 측면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합니다. 전통적인 대형 원전은 1,000MW 이상의 막대한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부지 준비나 전력망 연결, 각종 행정 절차에 들어가는 고정 비용을 넓게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이를 **'규모의 경제'**라고 합니다. 하지만 SMR은 모듈 하나당 발전 용량이 수십 MW에 불과해, 비슷한 고정 비용을 훨씬 적은 발전량으로 감당해야 합니다. 따라서 1MW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드는 건설 단가는 초기 단계에서는 오히려 대형 원전보다 비쌀 수 있습니다.

SMR의 진정한 비용 절감은 수십, 수백 개의 표준화된 모듈을 공장에서 반복적으로 생산하여 '학습 곡선 효과'와 '규모의 경제'를 동시에 달성할 때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용 공급망도, 대량 생산 체계도 없는 '맞춤 제작'의 시대입니다. 레고처럼 조립해야 할 부품들을 매번 수작업으로 깎아서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대량 생산 체계가 갖춰지기 전까지, SMR은 잠재력을 완전히 발휘하지 못하고 높은 비용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 비싼 수업료 지불 후, SMR의 미래는?

       

결론적으로 현재 SMR 비용이 비싼 이유는 명확합니다.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의 '최초 호기 비용', 타협할 수 없는 '안전 및 규제 비용', 그리고 아직 실현되지 않은 '규모의 경제'라는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지금의 높은 비용은 SMR이 상용화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할 값비싼 수업료와 같습니다.

물론 희망은 있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 프로젝트를 거치며 데이터가 쌓이고, 건설 과정에서의 학습 효과가 발생하며, 공급망이 점차 안정화되면 비용은 분명히 하락할 것입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투자가 이어진다면 그 시기는 더욱 앞당겨질 수 있습니다. SMR이 진정한 '게임 체인저'가 되기 위해서는, 이 값비싼 초기 단계를 무사히 건너 대량 생산의 시대로 진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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