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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5월 트럼프 원자력 발전 행정명령 4건 심층 분석 - 속도전, 원자력 의무, 공급망 재건, 기회와 도전

by Asset Tank 2025. 10. 4.

 

 

25년 5월 트럼프 원자력 발전 행정명령 4건 심층 분석 - 속도전, 원자력 의무, 공급망 재건, 기회와 도전

트럼프 원전 행정명령

 

 

서론: 25년 5월, 미국 '원자력 르네상스'의 포문을 열다

2025년 5월 23일, 백악관의 심장부인 오벌 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건의 획기적인 원자력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정책 발표를 넘어선 역사적 선언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오바마, 트럼프 1기, 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는 동안 수많은 정책이 나왔지만, 이번 정책은 오직 원자력 분야만을 독립적으로, 그리고 포괄적으로 다룬 최초의 행정명령이었습니다. 트럼프가 2025년 5월 서명한 행정명령은 ‘미국 원자력 에너지 르네상스’의 개막을 알리는 강력하고 상징적인 신호탄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인공지능(AI) 혁명이 촉발한 기하급수적인 전력 수요 폭증과 중국·러시아와의 기술 패권 경쟁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도전 앞에서, 미국이 마침내 원자력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입니다.

미국 원자력 산업의 과거는 영광스러웠지만, 현재는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 있었습니다. 미국의 원자력 관련 공급망은 상당부분 붕괴되었습니다. 한때 세계를 선도했던 기술력은 빛이 바랬고, 다른 선진국이 10년 만에 확충한 발전 용량을 확보하는 데 무려 40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렸습니다. 그 원인으로 보자면 1978년 스리마일섬 사고 이후 드리워진 규제의 그림자는 산업 전체를 짓눌렀고, 그 결과 상업 운전에 성공한 신규 원자로는 조지아주의 보글 3, 4호기 단 2기에 불과했습니다. 과도하고 경직된 규제, 예측 불가능하고 지지부진한 인허가 절차, 그리고 러시아와 같은 지정학적 경쟁국에 의존하게 된 위축된 핵연료 공급망이라는 삼중고에 갇혀, 미국의 원자력 산업은 과거의 영광을 완전히 잃어버린 듯 보였습니다. 이번 행정명령들은 바로 이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미봉책이 아니라, 미국의 원자력 산업을 뿌리부터 재건하여 에너지 안보를 확립하고, 나아가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결연하고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과연 트럼프 행정부는 어떤 청사진으로 미국 원자력의 부활을 꿈꾸는 것일까요? 이 글은 그 4개의 행정명령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그 안에 담긴 구체적인 목표와 전략, 그리고 전 세계 에너지 지형에 미칠 거대한 파급력을 상세히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본론 1: 속도전 선언, 규제의 벽을 허물다

이번 행정명령의 칼날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날카롭게 향한 곳은 미국 원자력 산업의 가장 큰 병목이자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높은 벽으로 지목된 원자력규제위원회(NRC)였습니다. 행정명령의 기반이 된 보고서는 NRC의 현재 운영 방식에 대해 이례적일 정도로 신랄한 비판을 쏟아냅니다. 보고서는 NRC가 시간당 심사 수수료(fee-per-hour)를 부과하는 구조 때문에, 기관의 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심사를 지연시키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에 도전하는 기업들에게 예측 불가능한 비용과 시간이라는 이중의 족쇄를 채워, 결과적으로 원자력 기술 개발 자체를 억제해왔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비판은 산업계의 오랜 불만을 대변합니다. Constellation Energy의 CEO는 한 포럼에서 "우리는 이미 40년간 안전하게 원전을 운영해 온 부지에 새로운 차세대 원자로를 짓기 위해, 무려 1억 500만 달러짜리 부지 적합성 분석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만 했다"고 토로하며, 현재의 비효율적이고 중복적인 규제 현실을 지적하고 절차 개선의 시급함을 강력히 강조했습니다.

이에 행정명령 2호, 'NRC 개혁 명령'은 이 견고한 규제의 벽을 허물기 위한 구체적이고 강제적인 지침들을 담고 있습니다. 가장 파격적인 조치는 인허가 기간의 명문화입니다. 막연한 권고가 아닌 대통령의 명령으로, 앞으로 신규 원자로 건설 및 운영 허가의 최종 결정은 18개월 이내, 기존 원자로의 계속 운전 신청 심사는 1년 이내에 완료해야만 합니다. 또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온 보수적인 방사선 안전 기준, 즉 아주 적은 양의 방사선도 인체에 해롭다는 가정에 기반한 '선형무역치(LNT, Linear No-Threshold) 모델'을 전면 재검토하도록 했습니다. 국방부(DOD), 에너지부(DOE)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하여 LNT 모델을 대체할 새로운 과학적 기준을 도입하라는 지시는, 전 세계 대부분의 규제기관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LNT 모델의 근간을 재검토하라는 혁명적인 요구입니다.

나아가, 국방부나 에너지부가 국가 안보나 연구 목적으로 이미 안전성을 검증하고 심층적으로 검토한 원자로 설계에 대해서는, NRC가 기존의 위험을 재검토하는 비효율을 없애고 새로운 위험 요소에만 집중하는 '신속 인허가 경로(Fast-track)'를 마련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부처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를 막겠다는 실용적인 접근입니다.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환경영향분석과 공청회 절차 또한 합리적인 수준으로 간소화됩니다. 이 모든 개혁안의 초안은 9개월 내, 그리고 최종안은 18개월 내에 마련되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시간표까지 제시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면적인 개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미국원자력학회(ANS)의 전문가 그룹은 성명을 통해 규제 현대화의 필요성에는 깊이 공감하면서도, "준비되지 않은 무분별한 인력 감축이나 성급한 조직 개편은 오히려 숙련된 심사 인력의 이탈을 초래하여 인허가 일정을 더욱 지연시키고 규제의 예측 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규정의 전면 개정이 현실적으로 "실행 불가능할(likely unworkable)" 가능성이 높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며, 속도만큼이나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본론 2: 국가안보와 AI, 원자력의 새로운 임무

이번 행정명령은 원자력을 단순한 상업용 전력원을 넘어, ‘국가안보의 핵심 자산(a key asset of national security)’으로 그 위상과 역할을 재정의했습니다. 특히 AI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는 원자력의 전략적 가치를 더욱 부각시켰습니다. 행정명령 보고서는 AI 기반 첨단 컴퓨팅 인프라, 즉 데이터센터와 슈퍼컴퓨터, 그리고 국가의 중추인 군사 시설과 국가연구소 등은 외부의 물리적 공격이나 전력망 장애로부터 완벽히 자유로운, 안정적이고 탄력적인 에너지를 24시간 365일 필요로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이 핵심 시설들의 에너지 공급 취약성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전략적 리스크(strategic risk)라고 명시했습니다.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초소형원자로(Microreactor) 등 선진원자로는 이러한 수요를 충족할 완벽한 기술적 잠재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과도한 규제와 정책적 무관심 속에서 충분한 속도와 규모로 활용되지 못했다는 날카로운 문제의식이 그 배경에 깔려 있습니다.

행정명령 1호, '국가안보를 위한 선진원자로 배치'는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구체적인 임무와 명확한 시간표를 제시합니다. 먼저, 국방부 장관은 군사기지 내 원자력 활용을 위한 공식 프로그램을 수립하고, 육군부 장관을 집행 책임자로 지정하여 2028년 9월까지 최소 1개 이상의 군사기지 내에서 원자로 운영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는 더 이상 개념 증명이나 연구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작전 환경에서의 배치를 목표로 하는 것입니다. 에너지부 장관은 더욱 긴급한 임무를 부여받았습니다. 90일 이내에 국립연구소 등을 포함한 선진원자로 배치 부지를 신속하게 지정하고, 30개월 내에 첫 번째 부지에서 선진원자로가 실제로 운영되도록 모든 행정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이는 21세기판 '맨해튼 프로젝트'에 비견될 만큼 강력한 추진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러한 야심 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부처 간 협력 또한 강화됩니다. 에너지부는 국방부 시설 내에 건설될 원자로의 연구, 개발, 건설, 운영 등 전 주기에 걸쳐 최고의 기술 자문을 제공하고, 반대로 국방부는 에너지부 부지에서 국방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원자로 기술을 발굴하고 실증 사업을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게 됩니다. 행정명령 서명식에 배석한 더글러스 버검 내무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역시 이러한 정책 방향에 강한 지지를 표명하며, "에너지 안보가 곧 국가 안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는 원자력이 더 이상 민간 발전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국가의 핵심 안보와 AI 기술 패권을 지키는 국방 인프라의 핵심이자 전략적 도구로 격상되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패러다임의 전환입니다.

본론 3: 공급망 재건과 야심 찬 목표를 향해

미국은 원자력 산업의 기반, 특히 핵연료 공급망이 심각하게 위축된 냉정한 현실을 직시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미국의 핵연료주기 인프라가 "심각하게 위축되어(severely atrophied)" 우라늄의 공급, 변환, 농축 서비스 전반에 걸쳐 외국, 특히 지정학적 경쟁국에 대한 의존도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고 강력히 경고합니다. 한때 세계 시장을 주름잡았던 미국 기업들은 사라졌고, 그 빈자리를 러시아의 로사톰(Rosatom)과 같은 국영 기업들이 차지했습니다. 그 사이 2017년 이후 전 세계에서 건설된 신규 원자로의 87%는 중국과 러시아의 설계에 기반을 두게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리더십의 상실을 넘어, 에너지 주권과 국가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행정명령 4호, '원자력 산업 기반 재건'은 이 위험한 흐름을 정면으로 뒤집기 위한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국가 전략입니다. 최우선 목표는 핵연료 공급망의 완전한 자립입니다. 이를 위해 240일 이내에 선진 핵연료주기 기술 고도화와 사용후핵연료의 효율적 관리 전략을 포함하는 국가 정책을 수립하고, 120일 이내에 저농축우라늄(LEU), 고농축우라늄(HEU)은 물론, 차세대 원자로의 필수 연료인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HALEU)의 국내 생산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합니다. HALEU는 더 작고 효율적이며 오래가는 원자로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연료로, HALEU의 안정적 공급 없이는 미국의 차세대 원자로 개발 계획은 사상누각에 불과합니다. 특히 에너지부는 AI 인프라 전력 공급 등에 사용될 HALEU 20톤 이상을 확보하여 국가 핵연료은행에 공급하도록 직접적인 지시를 받았습니다. 또한, 과거 비확산 정책의 일환이었던 잉여 플루토늄의 희석·처분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이를 선진원자로용 연료(MOX 등) 생산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수립하라는 지시는, 핵물질을 안보 위협이 아닌 귀중한 에너지 자원으로 바라보는 중요한 정책적 전환을 의미합니다.

더 나아가, 2030년까지 신규 대형원전 10기 건설 시작기존 원전 5GW 출력 증강이라는 매우 야심 찬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이는 지난 40년간 단 2기 건설에 그쳤던 과거와 비교할 때, 가히 혁명적인 목표 설정입니다. 또한, 쪼그라든 미국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29년 1월까지 최소 20건의 신규 원자력 협정(123 협정)을 추진하고, 수출 허가 절차를 30일 이내로 대폭 단축하는 등 공격적인 목표도 설정했습니다. 미국원자력학회(ANS) 전문가들은 이 목표가 매우 도전적이지만, 산업계에 명확한 비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방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생산세액공제(45Y) 및 투자세액공제(48E)와 같은 강력하고 지속적인 정책적, 재정적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조언하며, 정부의 의지만큼이나 실질적인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결론: 거대한 변화의 서막,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원자력 행정명령 4건은, 미국이 세계 원자력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얼마나 절실하며 또 얼마나 진심인지를 명백히 보여주는 역사적인 조치입니다. 수십 년간 산업을 옭아매던 규제의 빗장을 풀고, 국가안보와 AI라는 새로운 시대적 임무를 부여하며, 붕괴 직전의 산업 기반 전체를 재건하려는 이 종합적인 계획은 미국 원자력 산업계 전반에 거대한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이미 산업계와 전문가 그룹 모두 행정명령의 방향성에 깊이 공감하고 지지를 표명하고 있어, 규제 병목 해소와 차세대 기술 개발, 그리고 전문 인력 양성 등의 노력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보고서가 스스로 인정하듯 기관 간의 복잡한 권한 조율 문제나, LNT 모델 폐기와 같은 급진적인 규제 개혁에 따른 사회적 합의 도출 등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들도 분명 존재합니다. 야심 찬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민간 투자 유치와 위축된 전문 인력 공급망을 복원하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미국의 원자력 정책이 수십 년 만의 깊은 잠에서 깨어나 대전환을 맞이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맹국들에게도 새로운 협력의 기회와 재편될 시장 질서에 적응해야 하는 도전 과제를 동시에 안겨주고 있습니다. 멈춰있던 거인의 발걸음이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그 발걸음이 세계 에너지 시장과 지정학적 지형에 어떤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지, 전 세계가 숨죽여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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