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케일파워 CEO 존 홉킨스 - 플루어, 뉴스케일파워 비전, 리더십
목차
서론: SMR 시대를 여는 리더의 등장
AI 혁명이 촉발한 전력 수요 폭증과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 인류의 에너지 패러다임이 거대한 전환의 기로에 섰습니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차세대 원자력 기술인 '소형모듈원자로(SMR)'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수많은 기업이 미래 에너지 시장의 패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인증을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게 획득하며 이 혁명적인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입니다.
위대한 기술의 잠재력은 그것을 상업적 성공으로 이끌 강력한 리더십을 만났을 때 비로소 현실이 됩니다. 뉴스케일파워의 중심에는 SMR 기술을 현실 세계의 비즈니스로 완성해가는 존 홉킨스(John L. Hopkins)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있습니다. 그는 핵물리학자가 아닌, 세계 최대의 엔지니어링 기업에서 수십 년간 경험을 쌓은 전문 경영인입니다. 그의 경험과 철학, 그리고 뉴스케일파워가 꿈꾸는 미래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SMR 시대의 청사진을 들여다봅니다.
본론 1: 존 홉킨스의 경력: 플루어(Fluor)에서 쌓아 올린 리더십
존 홉킨스 CEO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은 그의 경력 대부분을 보낸 세계적인 엔지니어링, 조달, 건설(EPC) 기업 플루어(Fluor Corporation)에서의 활동에 있습니다. 올해 71세인 그는 1980년 텍사스 오스틴 대학교에서 경영학 학위를 받은 후, 1989년 플루어에 합류하여 2012년 뉴스케일파워로 옮기기까지 약 24년간 에너지 및 인프라 산업의 최전선에서 활동했습니다. 그의 경력은 뉴스케일파워와 같은 혁신 기술 기업을 이끌기 위해 필요한 모든 역량을 체계적으로 쌓아온 과정과도 같습니다.
그의 리더십이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곳은 정부 그룹(Government Group) 총괄직이었습니다. 이 부서는 단순히 정부 기관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매우 민감하고 복잡한 프로젝트들을 수행하는 곳입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에너지부(DOE)의 핵 폐기물 처리 및 부지 정화 사업, 국방부(DOD)의 해외 군사 기지 건설 및 운영 지원 등은 천문학적인 예산, 극도로 엄격한 보안 요구, 그리고 장기적인 정치적 변수까지 고려해야 하는 최고 난이도의 과업입니다. 홉킨스는 이 그룹을 이끌며 원자력 시설의 안전한 해체, 대규모 인프라의 물류 및 공급망 관리, 그리고 워싱턴 D.C.의 복잡한 정책 및 규제 환경을 헤쳐나가는 탁월한 능력을 증명했습니다. 이는 훗날 뉴스케일파워가 NRC의 까다로운 인허가 과정을 통과하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자산이 되었습니다.
또한, 그는 기업 개발 및 전략 기획 그룹(Corporate Development & Strategic Planning)의 사장으로서 플루어의 미래를 설계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의 거시적 흐름을 분석하고,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인수합병(M&A), 신사업 투자,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등을 주도했습니다. 어떤 기술이 미래에 유망할지, 어떤 기업과 손을 잡아야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그리고 거대한 자본을 어떻게 배분하고 투자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최고위급 의사결정자였던 것입니다. 바로 이 시기에 플루어는 뉴스케일파워의 잠재력을 꿰뚫어 보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으며, 이 결정의 중심에 존 홉킨스가 있었습니다. 즉, 그는 뉴스케일의 기술을 외부 투자자의 관점에서 냉철하게 분석하고 그 가치를 확신했던 첫 번째 인물 중 하나였습니다. 2012년, 플루어가 뉴스케일의 최대 주주가 된 후 그를 CEO로 임명한 것은, 그가 단순히 신뢰받는 경영자를 넘어 뉴스케일의 미래 가치를 가장 잘 이해하고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본론 2: 뉴스케일파워의 탄생과 비전: 기술을 산업으로
존 홉킨스가 뉴스케일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면, 그 '기술의 뿌리'와 영혼은 **오리건 주립대학교(OSU)**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뉴스케일의 핵심 기술은 2000년대 초, 미 에너지부(DOE)가 자금을 지원한 'MASLWR(Multi-Application Small Light Water Reactor)'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저명한 핵과학자이자 현재 뉴스케일의 공동 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인 **호세 레예스 박사(Dr. José N. Reyes)**의 연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당시 미국 원자력 산업은 스리마일섬 사고 이후 수십 년간의 침체를 겪으며,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고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접근법이 절실했습니다. 연구의 목표는 기존 대형 원전의 한계, 즉 막대한 초기 건설 비용, 10년을 훌쩍 넘기는 긴 건설 기간, 그리고 후쿠시마 사고에서 드러난 것과 같은 전원 상실 시의 안전성 우려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새로운 개념의 원자로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수년간의 연구 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뉴스케일 기술의 심장인 혁신적인 **'피동형 안전 시스템(Passive Safety System)'**입니다. 이는 안전에 대한 철학을 180도 전환한 것입니다. 기존 대형 원전이 복잡한 펌프와 비상 디젤 발전기 등 '능동적' 장치에 의존해 사고를 통제한다면, 뉴스케일의 모듈은 중력과 대류 같은 자연의 물리 법칙을 이용해 안전을 확보합니다. 정상 운전 시, 핵연료에서 가열된 물은 밀도가 낮아져 자연스럽게 위로 상승하고, 상부의 증기발생기에서 열을 빼앗긴 물은 다시 차갑고 무거워져 중력에 의해 아래로 내려와 핵연료를 식힙니다. 이 과정은 외부 전력이나 펌프 없이도 무한히 반복됩니다. 만약의 사고로 원자로가 정지되더라도, 모듈 전체가 거대한 지하 수조 안에 잠겨 있어 남아있는 잔열이 강철로 된 원자로 용기 벽을 통해 주변의 물로 자연스럽게 전도되어 식혀집니다. 이 냉각 과정은 인간의 개입이나 추가적인 물 공급 없이도 사실상 무제한으로 지속될 수 있어 '궁극의 안전성'을 구현합니다. 이 위대한 기술적 성과를 상업화하기 위해 2007년 뉴스케일파워가 공식 설립되었습니다.
뉴스케일의 비전은 "안전하고, 확장 가능하며, 신뢰할 수 있는 무탄소 에너지를 제공하여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을 돕는 것"입니다. 이 비전의 핵심에는 'VOYGR™' SMR 발전소 모델이 있습니다. VOYGR™는 개당 77MWe의 전력을 생산하는 **'뉴스케일 파워 모듈(NPM)'**을 고객의 필요에 따라 4개(308MWe), 6개(462MWe), 또는 12개(924MWe)까지 레고 블록처럼 조합하여 건설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듈성(Modularity)'**은 SMR의 가장 큰 혁신입니다. 고객은 처음부터 수십조 원을 투자할 필요 없이, 필요한 만큼의 모듈로 시작하여 향후 수요 증가에 따라 유연하게 증설할 수 있습니다. 이는 천문학적인 초기 투자 비용과 그에 따른 금융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대형 원전은 들어설 수 없었던 새로운 시장(중소 도시, 대규모 산업단지, 원격지 등)의 문을 열어줍니다. 특히 각각의 모듈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므로, 일부 모듈을 연료 교체나 정비를 위해 멈추더라도 나머지 모듈은 계속 전력을 생산하여 전체 발전소의 이용률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뉴스케일의 비전은 단순히 전기를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SMR이 생산하는 고온의 증기는 정유·화학 플랜트의 공정 열원으로 직접 사용되어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으며, 해수를 증류하여 깨끗한 물을 만드는 담수화 플랜트의 에너지원으로, 그리고 물을 전기분해하여 미래의 청정 연료인 수소를 대량 생산하는 기지 전력원으로도 활용되는 등 그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비전의 가장 단단한 기반은 바로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규제기관인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획득한 '표준설계승인'**입니다. 이는 수년간 수억 달러를 투입하여 뉴스케일의 설계가 안전에 대한 모든 질문에 답했음을 공인받은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허가가 아니라, 앞으로 뉴스케일 발전소를 짓고자 하는 모든 고객이 설계 자체의 안전성을 처음부터 다시 심사받을 필요 없이, 부지에 관한 문제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인허가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극적으로 줄여주는, 다른 어떤 SMR 경쟁사도 가지지 못한 압도적인 경쟁 우위입니다. 뉴스케일의 기술이 '이론상의 안전'을 넘어 '공인된 안전'을 확보했음을 의미하며, 글로벌 시장을 향한 가장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무기입니다.
본론 3: 정책과 자본, 그리고 글로벌 생태계를 움직이는 리더십
위대한 기술과 명확한 비전이 있더라도, 원자력이라는 거대 장치 산업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막대한 자본 없이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습니다. 특히 SMR과 같은 신기술은 첫 상용 플랜트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초호기(First-of-a-Kind, FOAK)' 비용이 발생합니다. 아직 구축되지 않은 공급망, 새로운 인허가 절차, 그리고 학습 곡선 효과가 반영되지 않은 초기 제작 비용 때문에 첫 번째 SMR은 경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민간 자본은 이처럼 불확실성이 큰 위험을 감수하기를 꺼리므로, 초기 시장을 열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존 홉킨스라는 리더의 진정한 가치가 드러납니다. 그의 리더십은 연구실이나 공장이 아닌, 워싱턴 D.C.의 정책 결정자들과 뉴욕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을 향하며, SMR 기술이 성공하기 위한 거대한 생태계를 직접 만들어가는 '설계자'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정책적 영향력은 화려한 이력에서 명확히 드러납니다. 미국 상공회의소(U.S. Chamber of Commerce) 집행위원회 의장을 역임하며 그는 미국 산업계 전체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는 SMR을 단순한 에너지 기술이 아닌, 미국의 제조업 부활, 양질의 일자리 창출, 그리고 글로벌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한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시켰습니다. 또한 미국 원자력에너지협회(NEI) 이사회 멤버로서 그는 원자력 산업의 입장에서 낡은 규제를 혁신하고 SMR에 맞는 합리적인 인허가 절차를 도입하도록 정책 입안자들을 설득하는 최전선에 있었습니다. 특히 미 에너지부(DOE) 원자력에너지 자문위원회(NEAC) 위원으로서의 활동은 그가 미국의 원자력 정책 수립에 직접적인 조언자 역할을 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깊은 정책적 이해와 네트워크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같은 기회를 포착하고, SMR 프로젝트의 경제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생산세액공제(PTC)와 투자세액공제(ITC) 혜택을最大限 활용하는 전략적 기반이 되었습니다.
정책적 기반을 다지는 동시에, 그는 자본 시장과의 소통에도 탁월한 능력을 보였습니다. 2022년 5월, 존 홉킨스는 뉴스케일파워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성공적으로 상장(종목코드: SMR)시켰습니다. 이는 SMR 기업 최초의 사례로, SPAC 합병이라는 당시의 시장 트렌드를 활용해 전통적인 IPO보다 신속하게 자본 시장에 진입하는 전략적 결단이었습니다. 이 상장을 통해 뉴스케일은 수억 달러의 막대한 자금을 조달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의 상장 SMR 기업'이라는 강력한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이는 잠재 고객과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증명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으며, 아직 실체가 불분명한 다른 SMR 경쟁사들과는 격을 달리하는 확고한 시장 리더의 위치를 구축하게 했습니다.
나아가 그의 리더십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장됩니다. 그는 SMR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공급망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임을 플루어에서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한국의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자로 모듈의 핵심인 단조품 제작에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음을 파악하고, 단순한 공급 계약을 넘어 전략적 지분 투자까지 이끌어냈습니다. 또한 삼성물산과 같은 글로벌 EPC 강자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향후 전 세계에 건설될 VOYGR™ 발전소 프로젝트를 수행할 연합체를 미리 구성했습니다. 이는 존 홉킨스가 단순히 기술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전 세계 최고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SMR을 실제로 건설하고 운영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솔루션'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결론: SMR 시대의 문을 여는 검증된 리더십
뉴스케일파워의 성공 방정식은 단순히 '기술' 하나에만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세계 최고의 SMR 기술을 개발한 '기술의 거인'들과, 그 기술을 거대한 산업과 비즈니스로 완성해가는 존 홉킨스와 같은 '경영의 거인'이 만났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플루어에서 국가 단위의 거대 프로젝트를 이끌며 쌓은 그의 경험은 원자력이라는 복잡하고 어려운 산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요소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제공했습니다. 기술의 안전성을 공인받는 것(NRC 인증),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워싱턴 D.C. 네트워크), 그리고 막대한 자본을 유치하는 것(월스트리트 상장)까지, 그는 이 모든 과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가고 있습니다.
AI가 불러온 새로운 에너지의 시대, 그 중심에서 존 홉킨스가 이끄는 뉴스케일파워는 단순한 발전소를 짓는 것을 넘어,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의 여정은 SMR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가장 생생한 증거이자, 다가올 에너지 혁명의 가장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