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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이 쏘아올린 뉴스케일 오클로 주가 거품일까? - 월스트리트 경고, 생존전략

by Asset Tank 2025. 10. 6.

 

AI 열풍이 쏘아올린 뉴스케일 오클로 주가 거품일까? - 월스트리트 경고, 생존전략

 

오클로 뉴스케일파워 사진

 

서론: 에너지 지형을 바꿀 게임 체인저, SMR의 부상

전 세계가 기후 위기라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하면서 에너지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 아래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급부상했지만, 간헐성이라는 본질적 한계는 안정적인 기저 전력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부각시켰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때 외면받았던 원자력 에너지가 '무탄소 기저 전원'으로서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소형 모듈 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SMR)가 있습니다.

 

SMR은 전기 출력 300MW 이하의 소형 원자로로, 기존의 거대하고 복잡했던 대형 원전과는 개념부터 다릅니다. 공장에서 주요 기기(원자로, 증기발생기, 가압기 등)를 모듈 형태로 제작하여 건설 현장으로 옮겨 조립하는 방식을 채택합니다. 이는 건설 기간을 3년 내외로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표준화된 설계를 통해 품질과 안전성을 극대화하는 장점을 가집니다. 특히, 대형 원전의 10만 년에 1회보다 훨씬 낮은 10억 년에 1회 수준의 중대 사고 확률을 목표로 하는 피동형 안전 시스템(외부 전력 없이 자연 현상만으로 원자로를 냉각하는 기술)은 원자력의 가장 큰 심리적 장벽이었던 안전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있습니다.

 

이 혁신적인 SMR 시장의 선두에는 두 개의 상징적인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뉴스케일 파워(NuScale Power)오클로(Oklo)입니다. 뉴스케일은 전통적인 경수로(가압경수로) 기술을 기반으로 한 77MW급 모듈을 개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하며 기술적 안정성과 상용화 가능성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반면, OpenAI의 CEO 샘 알트먼이 투자하고 이사회 의장을 역임했던 것으로 유명한 오클로는 액체금속(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4세대 고속로 기반의 15MW급 마이크로리액터 '오로라(Aurora)'를 개발 중입니다. 특히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 잠재력과 극소형 설계를 통해 원격지나 특정 산업 시설에 맞춤형 전력을 공급하는 모델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이 두 기업은 기술적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차세대 원전'이라는 거대한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공통점으로 시장의 엄청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월스트리트의 냉정한 평가가 이어지면서, 이들의 미래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안갯속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과연 SMR은 에너지의 미래일까요, 아니면 또 하나의 기술 버블일까요?

제1장: AI 혁명이 촉발한 전력 수요와 SMR의 부상

SMR에 대한 시장의 열광에 불을 지핀 것은 다름 아닌 인공지능(AI) 혁명입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모델의 등장은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2024년의 두 배 수준인 약 1,000TWh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일본의 연간 총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엄청난 양입니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순히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24시간 365일 중단 없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고품질의 전력(Uptime)을 요구합니다. 여기에 더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은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선언하며 탄소 배출이 없는 '클린 에너지'를 원하고 있습니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변동하여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렵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SMR이 완벽한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SMR은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안정적인 무탄소 기저 전력으로 날씨와 상관없이 24시간 일정한 출력을 내어 데이터센터의 무중단 운영을 보장합니다. 둘째, 부지 유연성 및 확장성입니다. 소형화된 설계 덕분에 대규모 부지가 필요 없으며, 데이터센터 인근에 직접 건설하여 송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력 수요 증가에 맞춰 모듈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용량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셋째, 피동형 안전 시스템과 지하 설치 방식 등은 외부 위협으로부터 데이터센터의 핵심 인프라를 보호하는 데 유리한 높은 안전성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샘 알트먼은 "AI의 미래는 에너지에 달려있다"고 공언하며 오클로에 적극적으로 투자했고, 빅테크 기업들은 SMR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모색하며 미래의 전력 확보 전쟁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AI라는 강력한 테마와 맞물리면서 뉴스케일과 오클로의 주가는 말 그대로 폭발했습니다. 오클로는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한 이후 주가가 한때 800% 이상 치솟았고, 뉴스케일 역시 250%가 넘는 경이적인 상승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증명했습니다. 이는 두 기업이 아직 실질적인 매출이나 상업 운전 실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미래 에너지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는 '꿈'에 시장이 얼마나 큰 가치를 부여했는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였습니다.

제2장: 월스트리트의 냉정한 경고 - "지나치게 과열되었다"

꿈을 먹고 자라던 주가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월스트리트의 냉철한 분석이었습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fA)는 오클로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뉴스케일은 '중립'에서 '실적 하회(Underperform)'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골드만삭스 역시 오클로에 대해 '중립' 의견을 제시하며 과열된 시장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들의 경고는 단순히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사실에만 근거하지 않습니다. 그 이면에는 SMR 산업이 직면한 근본적인 도전 과제들이 있습니다. 분석가들은 SMR 분야가 "지나치게 과열(a bit too frothy)"되었다고 평가하며, 현재의 높은 기업 가치가 실질적인 수익 창출 능력과 괴리되어 있음을 지적합니다. 즉, 꿈의 크기에 비해 현실의 진행 속도가 너무 더디다는 것입니다.

 

월스트리트의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준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2023년 11월 뉴스케일의 'CFPP(Carbon Free Power Project)' 프로젝트가 공식적으로 무산된 일입니다. 미국 유타주 지방전력조합(UAMPS)과 함께 추진하던 이 프로젝트는 뉴스케일의 첫 상용 SMR 사업으로, 성공 시 SMR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는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및 건설비 급등으로 예상 발전 단가가 MWh당 58달러에서 89달러로 50% 이상 치솟았습니다. 비용이 급증하자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던 지방 자치단체들이 전력 구매 계약을 철회하기 시작했고, 결국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지 못한 프로젝트는 상호 합의 하에 종료되었습니다. 이는 SMR이 아무리 기술적으로 뛰어나더라도, 기존 에너지원 대비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상용화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명백히 보여준 뼈아픈 사례입니다.

 

뉴스케일과 오클로는 현재까지 의미 있는 상업적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사전 매출(Pre-revenue)' 단계의 기술 기업입니다. 이들의 기업 가치는 오직 미래의 기술이 성공적으로 상용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잠재적 수익을 안겨줄 수도 있지만, 반대로 프로젝트 지연, 기술적 난관, 규제 실패 등의 문제 발생 시 주가가 급락할 수 있는 극도의 변동성을 내포합니다. CFPP 프로젝트 무산 이후 뉴스케일의 주가가 급락했던 것이 바로 이러한 위험을 증명합니다.

 

제3장: 엇갈린 전망 속, 두 기업의 생존 전략 비교

두 기업은 서로 다른 기술적 로드맵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각자의 장단점과 직결됩니다. 뉴스케일 파워의 SMR은 기존 대형 원전에서 수십 년간 검증된 가압경수로(LWR) 기술을 소형화한 모델입니다. 이는 기술적 신뢰도가 높고, 규제 당국이 상대적으로 익숙하여 인허가 과정에서 유리하다는 결정적 장점을 가집니다. 실제로 뉴스케일은 미국 NRC로부터 표준설계인가를 받은 유일한 SMR 기업으로서, 상용화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러나 전통적인 기술에 기반한 만큼, 혁신성이나 핵연료 효율성 측면에서는 4세대 원자로에 비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반면 오클로의 '오로라'는 물 대신 액체 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고속로(Fast Reactor) 기술에 기반합니다. 고속로는 핵연료를 훨씬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특히 기존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다시 연료로 사용할 수 있어 '핵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궁극적인 기술로 주목받습니다. 또한, 연료 교체 없이 최대 20년까지 운전이 가능하여 운영 효율성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이는 아직 상용화된 적 없는 차세대 기술인 만큼, 기술적 불확실성이 크고 NRC의 인허가 과정 역시 훨씬 더 까다롭고 오래 걸릴 수 있다는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원자력 산업에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인허가는 상용화를 위한 가장 중요하고도 험난한 관문입니다. 뉴스케일이 획득한 '표준설계인가'는 해당 설계가 안전 요건을 충족함을 NRC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향후 개별 프로젝트의 건설허가 과정에서 설계 안전성을 반복적으로 심사받지 않아도 되는 막강한 이점을 제공합니다. 이는 상용화까지의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여주는 핵심적인 경쟁력입니다. 반면, 오클로는 아직 이 단계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혁신적인 기술인 만큼 NRC는 더욱 보수적이고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 미 에너지부(DOE)가 오클로를 차세대 원자로 실증 프로그램의 대상으로 선정하고 아이다호 국립 연구소 부지에 건설 허가를 위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지원하기로 한 것은, 정부 차원에서 오클로의 기술 잠재력을 인정하고 규제 통과를 돕겠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두 기업의 미래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시장 다각화 능력에 크게 좌우될 것입니다.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통해 차세대 원전을 포함한 무탄소 에너지원에 막대한 세제 혜택과 자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는 SMR의 초기 경제성 확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또한, 데이터센터 외에도 SMR이 공략할 수 있는 시장은 무궁무진합니다.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체하는 그리드 전력망, 대규모 열과 전기가 필요한 석유화학 및 철강 플랜트, 그린 수소 생산 기지, 군사 기지나 도서산간 지역을 위한 독립 전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SMR의 가치가 부각될 수 있습니다. 어떤 기업이 먼저 데이터센터 외의 시장에서 실질적인 계약을 성사시키느냐가 장기적인 생존의 중요한 척도가 될 것입니다.

결론: 앞으로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것은

뉴스케일과 오클로로 대표되는 SMR 시장은 AI 시대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하나라는 엄청난 잠재력을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기술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의 험난함, 즉 천문학적인 비용, 까다로운 규제, 그리고 경제성 확보라는 냉엄한 과제가 존재합니다. 월스트리트의 경고는 이러한 '꿈'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습니다. 투자의 기회와 위험이 극명하게 교차하는 지금, 투자자들은 단순히 주가의 등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이들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핵심 이정표들을 주시해야 합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최초의 상업 계약입니다. CFPP의 실패를 딛고, 구속력 있는 전력 구매 계약(PPA)을 체결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둘째, 규제 진행 상황입니다. 특히 오클로가 NRC의 설계 인허가 과정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보이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셋째, 프로젝트 실행 능력입니다. 뉴스케일이 루마니아 등 해외 프로젝트를 예정된 비용과 기간 내에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마지막으로, 정부 지원의 구체화입니다. 정부의 정책적, 재정적 지원이 실질적인 프로젝트 자금으로 연결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SMR 기업들의 여정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는 마라톤입니다. 이 험난한 여정의 끝에서, 이들이 만들어 낼 미래가 과연 '거품'으로 끝날지, 아니면 인류의 에너지 역사를 바꿀 '혁명'이 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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